2010년 7월 24일 토요일

교회 공동체 세우기- 골짜기 행진중

교회 개척을 시작한지 6개월이 지났다. 개척이 진행중이다. 산행에 교회개척을 비유한다면 어디 쯤에 와 있는 것일까? 아마도, 골짜기를 힘겹게 지나고 있는 듯하다. 뭐 특별히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도 없고, 그렇다고 산중턱에 오른 시원함도 안보이고, 봉우리를 정하고 오르려니 갈길이 멀어 보인다.

시작하고나서 지난 반년의 시간 동안, 이벤트에 왔다 간 사람, 주일 예배에 왔던 사람들을 합하면, 한 40여명이 왔다가 간 것 같다. 그중에서 예배에 꾸준히 오는 사람이 우리 가족 빼고, 8명 정도였는데, 그중 한 명이 개인사정으로 중국으로 귀국해 버렸고, 그 중에서 최근 2명 정도가 몇 주째 예배에 결석하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를 포함해 10명 정도로 3개월 정도를 지나니, 여러 우리 마음 속에 여러생각들이 드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최근 한, 두명이 새로와서 새롭게 우리 마음에 불씨를 지피고 있다.

처음부터, 그것도 복음을 처음 듣는 사람들과 교회 개척을 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고 보람찬 일이다. 선입관이 없고, 백지처럼 성경이 말하는 교회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반면, 어려운 점은 교회에 대한 기본 개념조차 없으니, 안정적인 출석, 신실한 성장을 보장하기는 어렵다. 기복이 심하다.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  

한 반년을 지나면서, 우리를 힘들게 하는 몇 가지가 발견되는데,

첫째는 생각보다 인원이 속도면에서는 느리게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숫자를 얘기하는 것이 내게는 꽤 세속적인 느낌이었는데, 실제로 겪어보니 숫자가 어느 정도 정상적인 성장을 하지 않을 경우, 개척자의 힘을 매우 많이 빠지게 하고, 의욕을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숫자로 평가하지는 않지만, 정상적인 성장이 이루어지 않을 경우, 우리로서는 심각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영혼을 구원하고 제자삼는 일을 위해서 이곳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 와 있는데, 그 일이 속도가 붙지 않으면 답답할 수밖에 없다. 선교사의 존재자체가 삶 자체가 선교라는 분들도 있는데, 특히 서양선교사님들이 자주 그런 말을 하시는데, 인정할 만한 존재로서의 선교도 있지만, 조금도 추가해야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즉, 사역자는 달란트를 받은 일꾼의 비유로 자신과 사역을 비추어서 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비유를 근거로 볼 때, 판단의 주체는 주님이시고, 판단의 기준은 충성이다. 내가 최근의 느린 속도를 계기로 묻고 싶은 자신에 대한 질문도 이것이다. "너는 주인되신 그 분 앞에서, 충성하고 있는가?"

우리 맘 같아서는 오고 있는 형제, 자매들이 잘 자리잡고, 안정적으로 참석해서 자라나며, 제자들이 되어주기를 바라는데, 그게 말처럼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반드시 시간을 요구한다. 넘어질 것 다 넘어져야 하고, 기어야할 것 다 기어야 하고, 겪어야할 홍역 다 겪어야 한다는 것이다. 삿포로에서 사역을 할때는 숫자에 대해서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형제, 자매들이 이미 안정되어 있었고, 생각보다도 숫자가 빨리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경에서는 전도가 거의 나와 아내 손에 달려 있다보니, 시공의 제한을 받고, 속도가 제대로 붙지 않고 있다. 어떻게 이 부분을 해결해 나갈 것인가? 최근 부딪친 숙제다. 조급해하지 않으면서도, 15만에 이루는 동경중국인들에게 어떻게 복음을 듣게 할 것인가? 어떻게 그들을 접촉하고, 복음을 선포할 것인가? 더 열심을 내고 길을 낼 것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으로,현재로서는 '목요모임'이라는 것을 시작했다. 주일예배에 올수 없는 사람들에게 모임의 기회를 주고, 주중 초청전도의 기회를 갖고, 기존의 형제, 자매들을 더 깊이 케어하기 위해서다. 가벼운 마음으로 식사하고 대화하고  게임도 하고 선물도 주고, 주거니 받거니 대화하면서 사람들을 세워나가는 것이다. 포인트 있는 성경공부 혹은 복음선포도 한다. 그렇지만, 나는 성경공부가 우리를 성장케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나눔과 나눔과 기도 가운데 임재하시는 성령님을 경험하는 것이 더 강력하게 사람을 변화시킨다고 생각한다. 우리 믿는 모든 이들 속에 임재해계신 성령님이, 그분의 말씀대로 두, 세람이 그의 이름으로 모이면 반드시 우리에게 그분의 실제로 말씀하신다. 그런 경험을 하도록, 사람들을 모으고, 환경을 예비하고, 그들을 섬겨야 한다.

이렇게 시작한 '목요모임'은 현재 순항중이다. 어떤 날은 한명, 두명이 와서 힘빠진 맘도 들기도 하지만, 같이 나누고,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둘째는, 동경의 비싼 물가다. 안식년 이후, 동경으로 사역지를 옮기면서, 몇 가지 재정 수입과 지출에 변화가 생겼다. 지출이 늘었다. 사실 우리개인과 가정을 위한 지출은 삿포로보다 훨씬 줄었다. 거의 지출이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도 전체 지출은 늘었다. 이유는 비싼 집세 때문이다. 세계최고를 자랑하는 동경의 집세가 우리에게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거기에 수입은 줄었다. 수입 감소의 결정적인 원인은 환율변동 때문이다. 삿포로 시절 한때, 1엔당 700원 했던 적도 있는데, 지금은 1엔당 1300-1400원에 육박한다. 거의 배로 뛰었다. 즉, 한국에서 보내는 송금이 절반 정도로 줄어든 셈이 된 것이다. 그래서 송금 받아 엔화로 돈을 찾으면 정말 속이 상한다. 매번 이런 상황을 겪으면 이런 겨우겨우 지탱하는 재정상태로 동경에 자리잡고 사역하는 것에 대한 일시적인 회의감도 들 때가 있었다. 또 이런 상황은 종종 우리의 에너지를 소진시킨다. 그렇지만, 지나보면 다 은혜로 걸어 왔다고 고백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하나님이 다 먹이시고, 입히시고, 잘 곳을 주시고, 모든 것을 주셨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아멘!!

이런 가운데도, 하나님이 우리 가운데 여러 가지로 우리를 이곳에 보내셨다는 증거를 보여주셨다. 우리는 그런 증거들을 하나님의 음성으로 해석했다. 그리고 이곳에 있어야할 부르심에 대해서는 흔들림이 없다. 우리가 이곳에 서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하나님이 예비하신 영혼을 구원하고, 그들을 예수님의 제자 삼는 것이다. 더욱 충성스럽게 그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기를 기도한다.

                                                             목요모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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