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동경에서 거주한지 6개월이 다 되어간다. 그럭저럭 동경에 정착했고, 삿포로와는 또 다른 패턴으로 동경에 맞게 살아가고 있다. 동경에 맞게 살려보니,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삿포로에서 생활할 때보다, 엔화가 강세여서 후원으로 생활하는 우리로서는 환차이로 인한 수입감소가 발생했다. 동경의 집 렌트비는 거의 삿포로의 두배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수입감소에 맞게 지출을 감소시키고 있는 중이다.
그 지출감소의 방법중 하나가 "이발은 집에서다". 일본의 이발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친구들이 일본에 와서 가장 놀라는 것 중 하나는 이발비다. 이발비가 중국의 100배를 넘는다면 믿어지겠는가? 보통 일본돈으로 3000엔-4000엔, 다행히 요즘은 스피드 컷이라고 해서, 1000에 10분에 깍아내는 체인점도 생겼다. 이발비를 줄여보려고, 중국학생들은 보통 친구들끼리 머리를 깍는다.
우리도 삿포로에서 이발을 집에서 해보려고 했는데, 아이들은 그렇게 했지만, 나는 아내에게 머리를 맡기지 못했다. 우선은, 매주 공식적인 일정이 있고, 다수의 사람들 앞에 서다보니, 머리를 잘못 깍으면 꽤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아내가 아이들을 능숙하게 깍아내는 것을 보고도 아내에게 맡기지 못했다. 그런데 동경에 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교인들도 적어졌고, 공식적인 일정도 거의 없다. 좀 자유로워진 것이다. 그리고 동경의 물가에서 생활을 유지하려면, 조금이라도 협조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내에게 이발을 맡겼다. 단 한번(그 주에는 모 한인교회에 설교하러 가는 공식일정이 있었다)을 빼고는 집에서 아내가 이발을 다해주었다. 이런 저런 과정을 다 거쳤지만, 결과적으로는 대성공이다. 특히, 지난주 아내가 손을 댄 내 머리는 왠만한 이발소보다, 지난번에 갔던 1600엔짜리 이발소 보다 훨씬 더 나았다. 사실 6개월간 이발비를 다 합쳐보아도, 큰 돈을 절약했다고 할 수 는 없다. 그렇지만, 일종의 연대감이라고 할까? 현지 적응이라고 할까? 아내에게 머리를 깍는 기쁨이이라고나 할까? 뭐 그런 것들이 생겨났다. 아내도 내심 자기 손에 머리를 맡기는 남편이 좋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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