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29일 월요일

지진, 그 일상의 삶

오늘 지진이 있었다.
진도 3의 지진이 동경지역에 발생했다.
진원은 남일본쪽의 바다 깊은 곳인데, 그 영향이 동경에까지 미친 것이다. 오늘 지진은 평소에 경험했던 지진보다 좀 더 길었다. 보통 지진이 오면, "지진이다!" 느끼는 순간 지진이 끝이 나는데, 오늘의 경우는 그 후에도 지진이 조금 더 지속되었다. 아내와 집에 같이 있었는데, 지진이 좀 더 지속되어서 일단 현관문을 열고 밖을 살펴보았다. 특이 상황은 없었다. 그냥 그렇게 지진이 발생한 또 하루의 일상이 지나간 것이다.

TV를 켜보니, 자세한 소식이 나왔다. 그렇게 심한 지진이 아닌경우, 일반방송을 하면서, 그 위에막으로 지진정보를 내보내는데, 오늘이 그런 경우에 해당되었다. 지진이 심하면 정기방송이 중단되고 비상방송이 나온다. 그럴 경우에는 심각한 상황이다.

동경에 온후 한달 반에 한번 정도 지진을 경험하는 것 같다. 삿포로는 비교적 지진이 적어서, 4년3개월 있으면서 총 3,4번 정도 지진을 경험한 것 같은데, 확실히 동경은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지진지역이다.

지진이 오면, 우선 소리가 들린다. 아주 기분 나쁜 "그그그...그그...웅웅웅..."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건물이 흔들리는 소리다. 지진으로 건물의 이음새부분이 삐걱거리면서 나는 소리다. 그런 다음 몸이 흔들리는 진동이 느껴지고, 천장에 달린 조명등이 흔들리면서 먼지를 뿌린다. 진도 3,4도의 경우에는 이정도에서 끝이 난다. 일본의 대부분의 건물이 진도 6,7정도는 견디도록 설계가 되어 있어서, 이 정도 지진에는 큰일이 벌어지지는 않는다.

처음 이사올 때 옆집 동장 아저씨가 지진시에 대피할 장소를 알려주시고, 가스 설치하러 온 직원이 지진시 가스관리 요령을 알려준다. 각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한 학기에 두번 정도 지진대피 훈련을 한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도 지진이 나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배워서 알고 있다.

동경에 살다보면, 지진도 몇 가지 익숙해져야 하는 일상 중의 한가지가 되어간다. 처음에는 놀라고 당황하지만, 큰 지진이 아닌 경우에는 잠시 경각심을 갖다고 또 잊어버리고 일상을 살아간다. 또 그래야하면 살아갈 수 있기도 하다.

오히려 지진이 일상이 되어버린 일본에서는 북한의 위협이 일상이 되어버린 한국이 신기한가 보다. 사실 한국가서 살아보면 그것도 일상인데 말이다. 오히려 한국사람들에게는 지진이 많은 땅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일본인이 신기한데 말이다. 또 일본인 중에는 중국에서 사는 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짜 음식들, 이런 저런 정부의 간섭, 그리고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일본방송들의 중국에 대한 잘못된 보도들을 보면서 도저히 중국에서 가서는 못살것 같다고 생각한다. 사실 가서 살아보면, 일본보다 훨씬 살아가기 재미있고 좋은데 말이다.

저마다 주어진 환경이 다르고 겪는 위험이 다르지만, 사람사는 것이 다 일상을 사는 것이고, 그 일상이 익숙해지면 다 살만한 것이다. 재작년 연말과 작년초에 안식년과 두번째 텀의 시작으로 말미암아, 북경 -> 서울 -> 동경을 연속해서 살게 되었다. 다 살만하고 적응하고 익숙해지면 불편은 줄어들고 위험요소는 잘 안보이게 된다.

사람들은 일단 자신이 있는 곳에 익숙해지면 자신이 사는 곳의 위험요소나 불편들이 작아져 보이고, 익숙하지 않은 곳의 위험요소나 불편들이 커져 보이는 것 같다. 그래서 새로운 생활에 도전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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