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1일 저녁 여진이 여전하고 비가 오는 가운데도 한 집회에 참석했다.
집회 이름은 "재림대망성회". 집회 타이틀이 내 신앙색깔과 좀 다를 것도 같고, 꺼림직한 면도 있었지만 다음의 이유로 참석하게 되었다.
첫째, 21일 현재 동경은 거의 모든 모임이 취소되고 있는 상황인데 1100명 모이는 홀에서 하는 모임이 취소되지 않고 예정대로 진행된다는 점에 놀랬다.
내가 속한 GP 선교희의 경우도 3/14-16일까지 세미나 하나를 진행했다. 지진후 3일 후라 놀란 가슴이 다 가라앉지도 않은 때였다. 뭐 용감해서라기보다, 그냥 그렇게 되었다. 초긴장 상태에서 여진과 방사능 공포의 어지러운 세상 가운데서도 세미나는 잘 마무리 되었다. 그런데 마지막 날 한 일본인 참석자가 와서는 몇 장의 전단지를 나눠주었는데, 그 전단에 광고된 집회가 이 "재림대망성회"였다.
이런 재난과 어수선한 난리 와중에 조심스럽기로 유명한 일본사람들이 이렇게 취소하지 않고 많이 모인다는게 놀라웠다. 그래서 가보고 싶었다. 그리고 부제도 인상적이었다. "리바이블 제팬, 유대인의 구원, 메시야의 재림". 일본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 속에 이 부제에 필이 꽂혔다. 참고로 나는 세대주의자가 아니다. 그리고 나름 보수적인 편이다. 그렇지만, 늘 일본인, 세계선교, 유대인 구원, 대사명, 종말에는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필이 왔던 것 같다.
그리고, 아무리 종말이 멀게 느껴지는 분이라도, 5.9의 지진에 온 정신이 흔들리고, 수백번 오는 진도 3,4도의 여진에 시달리고, 방사능 비가 내리는 날, 과연 종말이 그렇게 멀게 느껴질까? 여하튼 내게는 그 어느 때보다 종말이 가까웠다.
둘째, 일본 그리스도인들은 이번 재난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일까? 알고 싶었다. 가보면 무슨 얘기가 나올 것 같았다.
모임을 full로는 참석하지 못하고, 뒤늦게 마지막 부분만 참석했다. 모임은 그 제목 "재림대망성회"가 주는 분위기와는 사못 달랐다. 나는 제목을 보고, 이 사람들이 최소한 그 옛날 다미선교회의 사람들처럼, 열정적으로 "주여 어서 오시옵소서!" 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재림대망성회"는 아주 차분하고 조용한 성경강해였다. 이스라엘 성서대학의 한 교수님이 요한계시록을 쭉 강해하시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말 중요하고 내가 내심 듣고 싶었던 말은 그분을 통역해서 내내 집회를 인도하셨던 中川建一(나카가와켄이치)의 마지막 30분 스피치에서 나왔다.
목사님은 그 동안 오키나와, 오사카, 도쿄에 이른 집회를 간단히 정리하고, 그런 과정에서 만난 이번 재난을 언급했다. 이분은 먼저, 한 미주 일본 그리스도인이 자신에게 보낸 편지를 얘기했다. "일본이 반이스라엘 정책을 펴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편지였다고 한다. 목사님은 이분의 편지는 잘못되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번 재난은 그 누구의 죄도 아니라고 했다. 누가복음의 망대 무너진 사건도 얘기하셨다. 그러면서,이번 재난이 우리 모두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다고 했다.
왜냐하면, 거의 생중계로 이번 재난을 전세계가 자기 앞에서 벌어지는 것처럼 지켜 보고 있기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지금 전세계를 향해 뭔가 메세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메시지일까?
첫째, "인간의 철저한 무기력! "함에 대한 메시지다. 일본은 세상에서 지진과 쓰나미에 가장 많은 준비, 철저한 준비를 해 온 나라다. 30년 걸려 거대한 높이 10m에, 길이 수 km에 이르는 거대한 인공 방조제를 만들어 쓰나미를 대비했다. 지진에 대한 철저한 시스템도 구축했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기술도, 세계 최고의 준비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인간의 기술이라는 우상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인간, 그리고 그들의 기술 아무 것도 아니다. 일본은 그 메시지를 전세계에 보냈다.
둘째, "죽음의 현재성!"이다. 2만여명이 죽었다. 그리고 수 많은 사람이 지진후 지금까지 죽음의 공포로 떨었다. 죽음이 삶보다 더 가까이에 있는 진정한 현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죽음을 경험한 사람은 인생관과 세계관이 바뀐다. 그런 변화가 이 땅에 올 것이다.
셋째, "진정한 희망의 필요성!"이다. 한 순간의 재난으로 모든 것을 잃은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희망이다. 먹을 있다는 희망, 따뜻하고 안전한 곳에서 쉴 수 있다는 희망, 내일의 희망이 필요하다. 그러나 진정한 희망은 우리 주 예수그리스도 뿐이다. 그 분만이 우리의 진정한 희망이다. 우리에게 이 진정한 희망이 필요하다.
지금 전세계에서 일본을 위해서 기도하고 있다. 이 땅이 이렇게 기도를 많이 받은 적이 없다. 최대의 그리고 최고의 기도들이 일본을 향해 쏟아지는 이 때에 우리도 함께 기도해야 한다.
나도 그들과 함께 기도했다.
일본 그리스도인들은 느끼고 있다.
이 땅이 흔들리고 있고, 이것은 진정한 희망을 향한, 변화의 첫 발이라고.
일본 목사님의 통찰력에 존경을 표합니다. 그렇죠! 이번 일로 일본의 죄, 하나님의 심판 어쩌구하는 것은 하나님의 명확한 뜻을 알지도 못하는 우리의 교만한 선입견일 것입니다. 저도 최근 주일 오후마다 요나서를 강해하면서 일본 지진을 다루었는데 성도들에게 성급한 판단을 내리지 말라고 권면하고 있습니다. By the way, 블로그 참 멋지네요. 나도 하나 있는데 거의 폐가 상태랍니다. 종종 찾아올께요!
답글삭제진심 소름이 돋네요. 일본 지진에 대한 진실한 통찰력이 담긴 글 너무 감사합니다. 일본에 대해, 종말과 다가올 하나님 나라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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