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일본을 향해 어떤 마음을 갖고 계실까? 일본, 일본인을 향한 아버지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일본은 한국에게 있어서 매우 가까운 나라다. 한해에 200만명의 한국인이 일본을 방문한다. 그리고 300만명의 일본인 한국을 방문한다. 너무나 가까워서, 요즘 동경같은 곳은 외국으로 생각도 않는 한국사람들이 많은 것같다. 일본은 전에없이 가까워졌지만, 일본인이 우리에게 가까운 이웃이 되었을까? 한국인에게 일본은 복잡한 생각을 하게 하는 나라다. 이웃나라지만, 좋고 반가운 이웃이라기보다는 아주 먼 이웃이었다. 특히,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우리가 배운 교육과 늘 들어온 얘기들을 생각해보면, 일본은 달갑지 않고, 그들과 가까워지면 질수록, 왠지 민족과 나라를 배반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에서 "나는 일본을 사랑합니다!" "일본영혼을 사랑합니다!" "일본은 내 사랑!" 이런 사랑을 고백하는 선교사님들을 별로 만난 적이 없다. 반면에, "일본은 사마리아 땅입니다! 꼭 선교해야 합니다." "일본은 니느웨입니다! 요나처럼 심판의 메시지를 전해야 합니다." 사명감을 고백하는 선교사님들을 많이 만난 편이다. 중국주재 LG 직원과 가족들이 LG의 광고 카피를 본따 "사랑해요 중국"이라는 책을 낸 것을 본적이 있다. 그런데, 그 제목을 "사대주의적이다. 매국적이다" 비난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만일 일본에서 일본 주재 한국 주재원들이 그런 책을 내면, 구설수에 오를 것이 분명하다. 그 만큼 우리는 일본을 대할 때, 하나님의 마음을 알기 어려운 역사적, 태생적 어려움을 갖고 있다. 역사적 배경과 이를 제대로 사과하고 해결하지 않은 일본의 태도가 일본이라는 나라를 보는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에게 하나님의 마음을 못 읽게 한다.
나도 동일하다. 한 사람의 한국사람으로서, 일본에 대한 수 많은 얘기를 듣고 자라왔다. 그리고 사실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특별한 마음이 있어서 온 것도 아니고, "중국인이 있는 곳, 그런데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 없는 곳"을 따라, 이곳까지 온 나로서는, 일본이라는 나라를 하나님의 마음으로 보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런 나에게, 일본 교회 안에서 중국어 예배를 섬기면서, 수 많은 일본형제들, 자매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의 얘기를 듣게 되고, 그들의 삶을 보게 되면서, 아주 조금만이지만 이들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느끼게 되었다. 가장 중요한 계기는 홋카이도 아버지 학교에 참석하면서다. 마침 그때 우리 옆 교회의 한 일본인 전도사님이 참석했다. 그 분이 우리 그룹에서 간증을 하셨다. 조금 무거워보이는 분위기셨는데, 어떻게 예수님을 만났는가? 하는 부분에서, 자신의 자살 얘기를 하셨다. 삶을 포기해, 건물에서 뛰어내렸는데, 살아나 병원에서 치료 받다가 지금의 부인을 만났고, 부인을 통해서 예수님을 영접하고, 헌신까지 하게 되어서, 전도사로 사역까지 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이분의 간증은 전체 간증으로 채택되어서, 전체 앞에서 발표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발표를 마치면서, 끝에 잠깐의 인터뷰가 있었다. 사회를 보시는 장로님(아버지학교 일본지부 대표, 일본인)이 가족들에 관해서 가벼운 질문을 던지셨는데, 무거운 대답이 흘러나왔다. "형제들은? 형님은 자살했습니다. 아버님은? 돌아 가셨습니다. 어떻께? 자살하셨습니다." 아버님이 자살하셨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사회 보시는 분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얘기를 듣고 있는 우리 모두 울기시작했다. 일본 사회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안고 있는 깊고 깊은 아픔이 건드려졌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이 견고하게 존재하는 사회! 누구에게도 자신의 얘기를 하지 않는 사람과 사람들의 관계! 가족이지만, 대화를 잃어가고 남남처럼 살아가는 사람들! 자신을 뒤 덮는 스트레스를 참다 참다, 정신과 약을 먹고 견디다 견디다 마지막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 이것이 이 시대 이 땅을 살아가는 이곳 사람들의 아픔이었다. 나도 같이 울었다. 참 마음이 아펐다. 많은 경우 착하고,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인데, 마음이 모질지 못하고 부드러운 사람인데, 그렇게 혼자 끙끙 앓다가 가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자신의 아이들이 이렇게 고통하고, 고통 가운데 죽어가는 것에 아버지되신 주님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실까! 나는 그때야 비로써 "이들을 향한 하나님의 긍휼"을 느꼈다. 그리고 모든 영혼을 향한 그 마음, 특히 아프고 병들고,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영혼들을 향한 주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보게 되었다.
작년 9월에 일본으로 돌아온 후에 삿포로에서 전해진 슬픈 소식을 듣게 되었다. 우리가 사랑하고, 아끼고 함께 했던 일본 자매님 아들의 자살 소식이었다. 이 분은 중국인을 사랑하고, 중국어도 잘 하시고, 믿음으로 많은 분들을 섬기고 몸된 교회를 섬겼다. 아들이 정신적인 병으로 고통하자, 남편은 직업까지 바꿔가면서, 아들을 회복시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남편은 아직 신앙이 없었지만, 참 인간적으로 좋으신 분이었다. 인격적이고 희생적이고, 그런데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장남이 마음에 병을 얻었고, 갈수록 심해졌다. 재작년 연말에는 많이 좋아져서 병원에서 퇴원까지해서 가족들이 얼마나 기뻐하고 힘을 얻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한 순간 이런 일이 벌어졌다. 자매님은 충격을 크게 받았고, 우리 모두도 충격에 빠졌다. 마음이 아프고, 믿겨지지가 않고, 어째서 이런 일들이 이렇게 가깝게, 이렇게 자주 이 땅에서 벌어지는가? 수 많은 질문들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위로할 방법도, 말도 찾을 수가 없었다. 물론 당사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아픔이요, 눈물이지만, 한 일본 자매의 슬픈 사건은 나로 하여금, 바로 이 일본의 아픔, 일본인의 눈물이 그리스도안에서 나의 아픔이요, 눈물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와 자매의 고통에 연대감을 느껴가고, 흐느낌을 같이 나누어가는 것이다. 그것이 일본인이든, 중국인이든, 한국인이든 구별이 없어야 한다.
일본에서 한 해 3만명 이상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우리나라에 한 집 건너 한 집에 카드 빚 문제가 있었듯이, 일본에는 한 집 건너 한 집에 자살의 문제, 정신병의 문제가 있다.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 그럴 가능성이 있는 사람, 그런 문제로 병원치료와 약을 먹는 사람들이 흔히 보인다. 일본 형제, 자매들의 간증을 듣다보면, 웬만한 사람들은 정신적인 문제로 병원을 찾거나, 약을 먹거나, 한번쯤 자살을 생각하거나, 시도 직전까지 갔다가 가 돌아온 얘기들이 나오곤 한다. 사실, 이제 정신적인 병이나, 자살의 문제는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다. 급속하게 발전을 하고 있는 한국, 중국사회도 동일하게 이런 문제를 안고 있다.
그렇지만, 일본은 이 병이 다른 나라보다 좀 더 오래되었고, 깊은 것 같다. 그래서, 일본은 하나님의 긍휼의 사랑, 약하고 병든 자들을 향한 주님의 연민이 더욱 많이 필요한 땅이다. 우리는 한국인이지만, 그리스도의 사람이다. 그리스도의 사람으로서, 그리스도의 마음을 갖고 일본의 아픔을, 일본의 눈물을 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