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25일 월요일

동경에서 겨울나기

      동경의 겨울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는 춥다. 사실 영하로 거의 떨어지지 않고 제일 춥다는 1월도 추워도 영상 5-10도 정도는 유지하고, 눈도 오지 않으니 그다지 춥다고 할 수는 없다. 매서운 서울의 날씨, 뼈속까지 파고 드는 북경의 겨울바람에 비하면, 동경의 겨울 바람은 친철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우리 가족은 매서운 겨울나라 홋카이도에서 눈보라를 겪으며 4년을 넘게 지냈으니, 동경의 겨울을 그다지 걱정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결론부터 말한다면 우리는 지금 동경의 겨울의 "스며드는 추위 때문에"에 조금 고생했다. 분명 동경은 객관적인 데이타로는 북경, 서울, 삿포로보다 전혀 춥지 않다. 얼음도 안 얼고 지나가는 동경의 기온은 분명 따뜻한 편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동경의 겨울이 생각보다 꽤 춥다고 느끼며 지내고 있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에 가강 큰 이유는, 동경의 집들이(정확히, 집 안이) 너무 춥다는 것이다. 흔히 동경사람들은 이런 얘기를 자주 한다. "집안이 집밖보다 더 춥다" 맞는 얘기다. 따뜻한 볕이 나는 오후는 집밖에 나가 있는 것이 그늘진 집안에 있는 것보다 훨씬 따뜻하다.  동경의 집들은 여름이 긴 것을 감안해 지어졌다. 단열재도 별로 안 쓰고, 난방보다는 냉방에 신경쓰고, 우리집 같은 다세대 주택은 바람도 잘 통한다. 그리고 동경의 집들은 난방이 부실하기 이룰때 없다. 겨울이 되면, 다들 한국의 온돌방을 제일 그리워 한다. 겨우 이동식 석유난로로 실내를 덥히고, 그것도 매서운 동경의 물가로 마음껏 쓰지 못한다. 그러니 집안은 춥다.

      객관적으로 동경보다 더 추운, 삿포로(이전 사역지)는 그 반대였다.  처음 삿포로로 부임해 갈때, 우리는삿포로가 매우 추울 것이라고 생각해 이거저거 두터운 옷, 두터운 내복을 챙겨갔다. 그런데 사실 삿포로에서는 내복을 제대로 입어보지도 못했다. 왜냐하면, 삿포로는 원래 겨울이 길고 추운 도시라, 어디에 가도 난방이 잘 되어 있다.그래서 삿포로의 기온은 매우 춥지만, 철저한 난방시스템 때문에 삿포로의 왠만한 건물들은 실내온도가 높다. 그래서 실내 즉, 집안이 집밖보다 따뜻하다. 그리고 대부분의 이동을 자기 자가용으로 한다. 그리고 외투를 매우 두껍게 입는다. 그래서 내복을 입으면, 늘 따뜻한 실내에서 활동해야하는 나로서는 참으로 힘들다. 그래서 내복을 거의 못 사용했다. 그런데 동경에 와서는 쭉 내복을 입고 지내고 있다. 실내가 너무 춥고, 차가 없어 이동을 대부분 자전거로하고, 외투가 그리 두텁지 않으니, 내실있는 내복을 입고 지내야 한다.

      실내 온다가 낮다보면, 밤에 잘때가 문제다. 잠을 자면서 석유난로를 켜두고 잘 수도 없고, 또 전기담요, 장판을 사용하면, 몸이 아주 찌뿌등해진다. 그래서 우리는 아예 그것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밤에 온도를 유지해주는 것은 체온밖에 없다. 다행인 것은 내가 싱글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체로 덮혀지는 인간난로가 총 네대가 밤새 가동되니, 그런대로 이불안은 온기가 유지된다. 체온으로 이불을 덥히고, 이 기온을 뺏기지 않토록 두터운 이불을 덥고 잔다. 그래서 밤새 아이들이 이불을 차내지 않토록 단도리하느라 선잠을 자기도 한다. 여하튼 추워서 식구들이 아주 밀착해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잔다. 추위가 우리를 더욱 가깝게 만들어준다고나 할까? 여하튼 그렇게 자다보면, 이불속 외에는 다 평균 영상 12도 정도로 떨어져 있다. 그래서 이불 밖으로 나오려면 늘 새 결심과 결의, 결연한 돌파가 필요하다. 특히, 새벽기도를 가려면 아침마다 늘 새롭다.  

      그런데, 이런 차디찬 동경의 밤에, 우리 가족에게 따뜻한 친구가 생겼다. 그것은 "유탄보- []"라는 것인데, 옛날 한국의 뜨거운 물을 넣은 통을 이부자리에 넣어 놓고 자던, 그 통과 똑 같은 것이다. 보온성이 뛰어난 소재로 만들어진 유단보에 약2리터 정도의 따뜻한 물을 넣고, 수건 같은 것으로 잘 감싸서 이부자리 속에 넎어두면, 밤새 이불 속을 우리 네명의 인간 난로가 덮힌 것보다 더 따뜻하게 온도를 높혀준다. 이 유단보를 발견하고, 실용화 한것이 이번 겨울에 내가 동경에서 아내에게 한 가장 잘 한 일일 것이다. 밤마다 손발이 차가워져서 잘때마다 고생하던 아내의 모습을 보다가, 이 아내의 모습이 쇼핑센타에 진열된 유단보와 매치됐다. 그래서 사다가 써보니 딱 맞았다. 얼마나 유용하게 쓰고있는지 모른다. 우리 식구들은 유단보에게 "따순이"이라는 이름까지 붙여 주고, 날마다 동거하며 살고 있다. 밤마다, 우리 네명의, 여덟개의 발이, 40개의 발가락이 이 "따순이"에게 달라붙어, 그 따스함을 나누며 잔다.

      조금 따순이를 칭찬해 본다면, 따순이는 물로 온도를 높임으로 친환경적이다. 그리고 오래간다. 12시간 지속되는 콘텍600처럼 말이다. 그리고 아주 경제적이다. 구입 비용도 비교적 저렴하고 (한국돈 1만원정도), 유지비도 거의 안든다.  물론 단점도 있다. 잘못사용하면 저온화상을 입을수도 있다. 그런 보도가 나온다.

       여하튼, 올 겨울 따순이 덕분에 밖에보다 더 추운, 동경의 방바닥에서 그럭저럭 적응하고 즐겁게 지내고 있다.  

우리집 따순이

우리집 따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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