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4월 선교타임지에 실린, 중국선교에 관련된 글중에서 이문장교수님의 글을 옮긴 것입니다.
이분의 글을 읽으면서 저는 제가 고민하는 아시아 선교사들이 어떻게 서구의 선교역사를 넘어서는
세계선교의 장을 열것인가?에 대한 많은 해답을 주고 있습니다.
밑줄을 그어가면서, 그 동안 머리 속을 맴돌던 조각들을 마추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제 개인이 한국인 선교사로서, 어떻게 한국교회가 중국선교에 있어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하도록 도울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중요한 힌트를 얻었습니다.
제게 앞으로 근 몇년가 사역에 있어서 무엇에 집중하고 고민하며 매진해야나가야 하는가? 명확해졌습니다.
여러분들에게도 그런 시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참고: 밑줄 긋거나 편집한 부분은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고민하는 부분이거나...등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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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포커스-한국적 신학과 중국선교의 원리
이문장 교수
한국적 신학과 중국 선교의 원리
이문장 교수(싱가포르 트리니티 신학 대학)
21세기 이후 기독교 역사의 흐름에서 한국 교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동시에 중국 교회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 앞으로 세계 기독교 역사는 동 아시아, 즉 동양(東洋)을 중심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기독교 역사의 촛대를 옮기시고 계심을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제는 기독교의 서양 시대가 마감하고 동양 기독교가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견해에 이의는 많지 않다. 차제에 우리는 ‘한국적 신학’의 담론과 중국 선교의 원리 사이의 상관관계를 고민해 보려고 한다. 그리고 중국 선교를 하는데 있어 한국적 신학의 담론이 어떤 통찰과 방향제시를 해 줄 수 있겠는지 함께 찾아보려고 한다.
중국 교회와 동역의 관계를 형성하라
중국 선교는 시세 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지피지기(知彼知己)해야 한다. 상대를 알고 우리를 알아야 한다. 우리와 상대를 감싸고 있는 인적, 물적, 지형적 및 정치 경제 문화 종교적인 환경도 파악해야 한다. 동 아시아 기독교가 직면하고 있는 시대적 도전에 민감해야 한다. 중국은 전통적 선교 개념을 가지고 접근하면 곤란하다. 그것은 단순히 선교 방식의 전환을 의미하지 않는다. 한국 교회와 중국 교회의 관계 설정 자체에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한국 교회와 중국 교회는 공통의 과제를 함께 풀어가야 할 새 시대의 동반자로 연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의 경험과 중국 교회의 경험이 창조적으로 만나져야 한다. 한국 교회가 중국 교회를 대상으로 일방적인 시혜(施惠)를 주어야 한다는 발상은 매우 불순하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차제에 한국 교회와 중국 교회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 작업을 필요로 한다.
먼저 중국 선교에 있어 일차적으로 선교 환경에 일어나는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 기독교 역사에 급격한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자연과학적 세계관의 깊은 영향을 받은 서양의 정신세계와 기독교 사이에 균열이 일어난다. 기독교의 중심 축(axis)이 동양 문명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선교의 주체도 바뀌고 있다. 4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선교 현장의 거의 모든 사역자들은 서양 선교사들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시아 교회와 선교사들의 역할이 증가하고 있다. 서양 교회의 선교가 후퇴하고 있음은 시대적인 흐름이다.
한국 교회 선교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복음과 교섭한 역사가 한국보다 길고 깊다. 삼자교회와 가정교회를 통한 자 문화권 선교를 감당할 역량이 형성되어 있다. 한국 교회는 자신의 현재 위치와 역할 그리고 중국 교회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중국의 복음화는 중국 교회의 사명이자 몫이다. 중국 교회가 선교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중국 교회의 자생력에 손상을 입히지 말아야 한다. 공산정권 50년 기간에 서양 선교의 부재가 오히려 중국 교회의 자생력을 키워주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한국 교회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역에 대한 전략적 모색이 요청된다. 한국 교회의 역할은 중국 교회의 동역이다. 그것은 현지 중국 교회가 동역을 필요로 할 때 형성되어진다. 억지 동역이 아니다. 물량 공세를 통한 동역도 아니다. 중국 교회의 필요는 중국 교회가 결정해야 한다. 한국 교회와 중국 교회의 관계는 선교주체와 피선교지 관계가 아니다. 중국 교회가 스스로 인정하는 필요를 지원하는 도우미 관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 교회의 중국 선교는 소탐대실(小貪大失) 했다. 앞으로는 중국 교회, 더 나아가 중국 인민과 정부가 한국 교회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바른 역할을 해야 한다. 앞으로 한국 교회는 중국 안에서 역할을 새롭게 찾아야 한다. 중국 교회와의 동역은 그리 수월한 편은 아니다. 문화적 배경이 다르고 지난 세월 살아 온 배경이 달라 어려움이 많다. 특히 중국인의 심성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중화사상이 한국 교회와 동역자 관계 형성에 은연중 걸림돌이다. 그러나 한국 교회가 감당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 그것을 찾아야 한다.
말씀의 깊이를 보여주라
한국 교회가 중국 교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중국을 향한 한국 교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도 사실이다. 중국 교회는 한국 교회의 역할을 필요로 한다. 그것은 앞으로 한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양 문명권이 기독교의 새로운 중심 세력으로 부상하고 역할을 감당해야 하겠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가 신학에 있어 서양 신학의 이식자 역할에 머무른다면 중국 교회 안에서 제 역할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새로운 기독교 중심의 주체로서 새로운 기독교 형성을 위한 방향타 역할이 한국 교회 앞에 놓인 긴급한 도전이다. 이것은 전통적 의미의 선교라기보다는 복음과 한국 문화의 교섭을 통해 형성되어진 한국적 신학과 그 경험을 중국 교회와 나누는 차원의 사역이 될 것이다. 결국 한국 교회와 중국 교회는 공통적으로 시대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 교회의 문제점 가운데 제대로 교육을 받은 지도자의 결핍이 가장 두드러진다. 그러나이러한 현상은 실상 한국 교회의 문제점이기도 하다. 교회 지도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기독교의 가르침, 즉 말씀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 교회는 자체 위기에 봉착해 있다. 교회의 붕괴를 조심스럽게 전망하기도 한다. 10년 뒤 한국 교회가 한국 사회 안에서 설 자리가 있을까 고민하는 소리도 없지 않다. 기독교가 한국과 중국 백성들의 정신세계를 주도하는 가르침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으려면 말씀을 체현한 고수들이 등장해야 한다.
한국 교회는 성경에 통달해야 한다. 성경을 연구하면 하늘과 땅과 인간 삶의 원리를 보는 눈이 열려야 한다. 성경을 연구하면 은사의 세계가 열려야 한다. 성경을 연구하면 다른 종교의 가르침들을 능가하는 권세 있는 가르침을 베풀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한국 교회가 중국 교회를 선도해야 할 중요한 영역이다.
기독교의 원형을 보여주라
한국 교회와 중국 교회가 공히 직면한 21 세기 도전은 기독교를 동양의 종교로 정착시키는 일이다. 기독교가 한국인의 심성에 뿌리를 내리도록 하는 일이고, 동시에 기독교가 중국인의 심성에 뿌리를 내리도록 하는 일이다. 기독교를 동양의 종교로 자리매김하는 일은 동양 문명권에 속한 한국 교회와 중국 교회의 공통의 과제이다. 한국 교회와 중국 교회는 공통의 과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경험을 공유하고 교류해야 한다. 한국 교회는 탈 서구화를 위해 애쓰는 중이고, 중국 교회는 역설적으로 서양 신학을 배우려고 애쓰는 중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 교회와 중국 교회는 상호 타산지석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교회와 중국 교회의 최근 역사적 경험이 교차하는 곳에서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건강하고 열린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앞으로 동 아시아 기독교의 전개 양상에 지대한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오늘날 서양 기독교를 ‘팔 다리 잘린 기독교’라고 말한다. 그런 무력한 기독교는 선교적 역할을 감당하지 못한다. 불신자들의 정신세계를 끌어당기는 자력(磁力)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구약 이스라엘에게 주어진 선교적 사명이 그것이었다. 신약 교회가 감당해야 할 선교적 사명도 동일하다. 개인이나 교회나 기독교의 본래 모습을 구현하지 못하고 자력을 잃게 되면 선교적 역할을 마감하게 된다. 예수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는 모습,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모습, 그리고 인간의 본래 상태를 회복한 모습이 개인과 교회 공동체 안에 보여질 때 선교의 자력이 살아날 것이다.
한국 교회는 자체 갱생의 경험이 아닌 기존의 교회 문화를 중국 교회에 이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한국 교회 자체가 탈 서양화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 교회 자체가 기독교의 원형 회복의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 교회가 건강하지 않은 기독교 문화를 중국 교회에 이식하게 되면 오히려 중국 교회의 형성에 해를 끼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기독교의 진리에 대한 깨우침은 신학교를 통해 확보되고 전수된다. 현재 우리가 기독교를 배우고 가르치는 방식은 서양 선교사와 서양 교회를 통해 이식된 것이다. 서양 기독교인들이 동양에 와서 서양식으로 기독교를 연구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지금은 서양 선생들이 거의 철수했다. 그러나 서양식 신학 교육의 틀은 변함이 없고, 서양식으로 신학 훈련을 받은 동양 선생들에 의해 지속되고 있다. 기독교의 진리를 배우고 가르치는 동양적 방법이 있을 수 있고 또한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현실화 혹은 현장화 되어야 한다.
한국 교회는 기독교의 영성을 일으켜야 한다. 기독교의 원형 복원을 말하는 것은 기독교를 기독교 되도록 만드는 요소들 가운데 상당 부분이 상실되었음을 전제한다. 서양 기독교는 영적 차원에 대한 감수성이 둔해졌다. 초자연적 영역 및 영적 차원이 학문으로서의 신학적 담론에서 삭제되었다. 제 종교들이 새로 부상하는 시대적 징조를 읽어야 한다. 기독교 바깥 세계에서 활약하는 능력자들의 존재를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성경에서 발견되는 능력의 세계에 주목해야 한다. 모세가 애굽의 술사들을 능가하는 능력을 소유했던 것처럼, 이 시대 기독교도 세상의 능력자들을 능가하는 영적능력을 소유해야 한다. 이 일에 한국 교회가 선도적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한국 교회는 로고스(logos)와 카리스마(charisma)가 통전되는 기독교의 원형을 회복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중국 교회에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이 한국 교회가 중국 교회를 위해 감당해야 할 선교적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