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14일 월요일

동경 중국인, 그들에게 무엇이 필요한가?

지난 주 금요일에 갑작스러운 전화를 받고 한 청년을 심방했다. 우리 교회에 한 번 나온 적이 있던 어떤 자매가 급작스럽게 매우 어려워하면서 전화를 주었다. 다름이 아니라, 중국 고향의 아는 사람 아들이 일본에서 유학하고 있는데, 몸이 안좋아 병원에 가서 검진을 했는데, 말기 암으로 판명되어 현재 병원에 있다는 것이었다. 

환자는 우리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어렵게 걸려 온 전화를 받아들고, 바로 챙겨서 아내와 함께 요코하마의 한 병원에 있는 스무세살의 청년을 병 문안 했다. 

청년의 이름은 팡웨이민(方伟敏). 우리가 방문했을 때, 청년은 하루 종일 고통에 시달리다, 그 때야 겨우 진통제 맞고 잠들어 있었다. 같이 간 자매와 부모로부터 어떻게 된 사정인지 청년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3월부터, 어깨와 다리에 심한 통증이 시작되었고, 참다 참다 인근 병원가서 검사하니 더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해서 가서 정밀 검사를 했다. 검진 결과 대장암 말기였다. 확산 속도가 너무 빨라서 수술이 불가능했고,  뼈까지 전이되어 있었다. 의사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했다. 본인도, 가족도, 우리도 믿겨지지가 않았다.  

비보를 전해듣고 중국에서 달려온 부모님이 옆에 계셨다. 부모님은 믿기지 않아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긴가민가한 상태로 일본까지 한 걸음에 달려왔지만, 멀쩡해 보이는 젊은 아들이 그런 심각한 병으로 누워있다는 것이 거짓말 같은 현실이었다. 너무 급작스럽고 절박한 현실은 당사자에게도, 그리고 그를 둘러싼 그 누구에게도 받아 현실로 들여지지 않고 있었다.   

방문후 잠시 지나자 청년이 어렵게 눈을 떴다. 고통스러운 얼굴이다. 조금 대화를 나누었다. 스므세살의 꽃같은 나이의 말쑥하게 생긴 건장한 청년이었다. 예의도 바르고, 세심한 사람이다. 그에게 성경말씀을 읽어주었다. 요한복음11:25,26 "예수께서 가라사대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26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 그리고 부활의 생명을 이야기 했다. 부모님은 그리스도인이었다. 청년도 중국에 있을 때는 교회에 나가곤 했던 것 같다. 그에게 영원한 생명을 이야기 했다. 그리고 바로 이 자리에서 그 생명을 어떻게 얻게 되는지 설명했다. 예수님을 영접했다. 그리고 청년에게 세례를 받겠냐고 물었다. 그는 자신이 죄인임을 고백하고, 예수님을 받아들이겠다고 이야기하고, 세례 받겠다고 했다. 그는 세례 받기 원했다. 나는 병실에서 바로 청년에게 세례를 베풀었다. "성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리웨이민 형제에게 세례를 베푸노라". 그리고 기도했다. 하나님 은혜를 베푸소서! 하나님 도우소서! 치료하소서! 

청년의 병실 표지
올해는 청년이 일본에 온지 3년째다. 많이 이야기를 들은 것은 아니지만, 들은 이야기를 기초로 해 볼 때, 성실하게 지난 3년의 일본에서의 시간을 보낸 것 같았다. 언어과정을 마치고, 지금은 대학에 진학해 2학년이었다. 지난 3년간 얼마나 숨가쁘게, 힘들게 지내 왔을까? 한 푼이라도 더 벌고, 한 푼이라도 씀씀이를 줄이며 살아왔겠지! 특별한 특기가 없는 외국인 유학생이니 가장 밑바닥의 일을 해 왔겠지! 그리고 그런 가운데 겪는 고통을 결코 집안의 그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착한 사람일수록 그렇다. 아마도 지난 3년 동안 제대로 휴식을 취한 적도, 식사를 한 적도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고향에도 돌아가보지 못했을 것이다. 가난한 지역, 가난한 가정에서 온 유학생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말이다. 정말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 아픈 상황이다. 아무도 이 젊은이의 브레이크 없이 달려온 삶을 옆에서 봐주거나 붙잡아 주지 못했다. 다들 그럴 여유도 그럴 공동체도 없다. 그저 "살아남기(survival mode)" 위해서 숨 가쁘게 달려가는 것이다.  옆으로 향하는 넓은 시야(視野)를 가리고 앞만 보며 주어진 트랙을 질주하는 경주마(競走馬)처럼 말이다.

청년은 오늘 비행기로, 가고 싶던 고향으로 간다. (긴급하게 함께 일하는 동역자에게 부탁을 해, 비행기표와 기타 병자들을 위한 비행서비스를 알아보고 작은 도움을 나누었다.) 형제는 병든 몸을 이끌고 돌아간다. 가족들의 마음에는 오직 한 가지 소망이었다. 고향에서 그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으로, 그리고 최고의 방법으로 치료하고, 회복하고, 다시 이 곳에 돌아오는 것이다. 그래서 청년은 대학에 자퇴서를 내지않고 휴학서를 냈다. 같은 마음으로 기도한다. 기적을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한다.  

이곳 일본에서는, 일본의 중국인 사회에서는 이런 일이 많이 일어난다. 긴급한 상황에 처한 중국인들이 많다. 급작스러운 병으로 쓰러진 사람들, 불치병의 발병으로 사면초가가 된 사람들, 불행한 사건 사고로 감옥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하나 같이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이다. 작년에는 중국에서 생면부지의 아주머니에게서 국제전화가 온적도 있다. 딸이 불법취업으로 붙잡혔는데, 찾아 줄 수 있는지? 걱정으로 가득한 한 어머니의 전화였다.  한달 전에는 교통사고로 죽은 딸을 찾아 일본에 왔지만 언어도, 법도, 방법도,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어, 거리에서 억울한 딸의 죽음을 호소하는 한 중국인 아버지의 모습이 방송에 나오기도 했다.  

위기에 처한 사람들은 많으나, 이곳에는 이들을 도울수 있는 단체나 개인이 없다. 이번에도 그랬다. 다급한 청년의 아버지는 영사관에 몇 번 전화를 하셨는데, 영사관은 이런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지극히 무정하고 행정적인 답변만 들었다. 그리고 어려움 당한 이들의 부모님들, 혹은 가족들도 일본어가 되지 않거나, 갑자기 온 일본의 상황에 대해서 전혀 아는 것이 없어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가 없다. 옆에서 겨우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어려움 당한 이들의 친구들인데, 그들의 시간과 도움은 한계가 있다.

이런 가운데, 불충분한 언어, 불충분한 정보는 가족들의 바른 판단, 최선의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 바로 이 부분이 우리가 해야 할 부분이다. 긴급한 필요가 있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정보 전달(통역포함), 따뜻한 관심과 도움을 주며, 힘과 평안, 지지를 보내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그룹이 필요하다. 이 청년을 보면서 다시 한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도전받고 기도하게 된다. 함께 동역자들과 나누고 기도하고 주님의 도움을 구하자. 그리고 팀을 짜자! "위기 지원 팀" 어떻까? 이는 생명과 관련된 긴급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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