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일 금요일

"이사(移徙)" 합니다.

지금 우리는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집을 알아보고, 이사비용을 어떻게 구할지 고민하고, 이사 후에 일어날 일들을 생각하고 있다. 일본에서 이사는 쉬운 일이 아니다. 집을 구하고, 계약하기도 쉽지 않지만, 가장 어려운 점은 이사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일본에서의 집에 대한 임대계약은 세입자에게 상당히 불리하다. 이사하려면, 주인에게 보증금, 감사금을 내야하고, 거기에 보험료, 부동산중개 수수료까지 계산하면, 보통 집세 4,5달 정도의 비용이 일시불로 들어간다. 경제적 부담이 크다. 저축을 할 수 없는 빠듯한 동경생활을 해나가는 우리로서는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사를 해야하는 이유가 있다. 

그동안 우리는 우리 집에서 닛포리화인교회를 시작해 지금까지 유지해왔다. 집이 교회요, 사무실요, 침실이었다. 주일이면 싹 정리하고 의자를 놓고 식사를 준비하고 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모두들 돌아가면, 다시 치우고 이불을 깔고 쉬었다. 세례식은  욕조에서 집례했다. 그리고 방 한 켠에 책상을 놓고 도서관 겸 사무실로 썼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비용도 절감하고 가정교회로서 추구하는 몇 가지 목적을 이룰수 있었다. 형제, 자매들 가운데 교회가 건물이 아닌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점, 누구나 가진 집, 즉 자신의 가정이 교회가 될 수 있다는 점, 가정의 따뜻한 분위기를 누릴 수 있었던 점, 한 형제를 반년정도 데리고 살수 있었던 점들은 지난 1년 반동안 집에서 교회를 하면서 누렸던 축복이었다.

참으로  이 집에서, 이 교회에서 많은 축복을 누렸다. 수백명의 중국인들, 한국인들, 선교사들이 들며 나며 찬양하고 기도하고 예배했다. 그리고 이 곳에서 영적으로 새 새명이 태어나고, 파송되었다. 영혼이 거듭나고 하늘나라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 네 식구의 희노애락이 담겨졌다. 

우리는 이러한 축복 가운데 이제 사역적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동경에 온지 2년이 되었다. 두번째 텀인 5,6년의 기간을 고려한다면, 후반전으로 넘어가는 시점이다. 시간적으로뿐만아니라, 사역적으로 그렇다. 그 동안 교회에 수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으며 이제 10 여명의 핵심적인 멤버들이 자리잡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부족한 모습이기는 하지만, 그게 우리의 지금 모습이다. 지난 8/18-20까지 있었던  "동경화인캠프"는 이런 핵심멤버들의 자리매김에 더욱 힘을 실어 주었다. 

이제 "이들과 여기가 좋사오니! 하며 그냥 이대로 쭉 지낼 것인가? 아니면  이 산을 내려갈 것인가? " 결심해야할 때가 온 것이다. 사실, 이런 물음은 우리가 의도한 것은 아니다. 작년 말부터 아내의 몸이 이상이 오고 아프면서 교회와 우리 가정이 살 집을 분리해야할 필요성을 느껴왔다. 필요는 느끼지만 경제적으로는 엄두가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를 차일 피일 미루다가, 한 달여 전에 한 선배 선교사님을 만나 조언을 들으면서 마음에 결심이 서게 된 것이다. 나는 좀 더 창의적으로 사역을 해보라는 선배의 권유를 들으면서, 한 가지를 깨달았다. "또 다시 우리집이 또 다른 고정적인 예배당이 되었었구나!" 하는 것이다. 나는 우리 집이 아닌 형제, 자매들 집에서, 우리가 예배하던 이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예배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참 재미있는 사실이다. 나는 우리 집을 또 다시 떠나서는 안되는 성전으로 삼았던 것이다. 

이런 내외적인 일들을 겪으면서,  두 번째 텀의 후반전을 그동안 따뜻하고 포근했던 우리 집이라는 산을 내려가, 저 산아래에서 다시 시작하려 한다. 아직 예배장소에 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 당장 9월25일부터(9/11일 우리 집에서 마지막 예배, 9/12일 이사, 9/18일 옆의 한인교회 예배당에서 연합예배, 그후로는 미정) 예배장소가 정해진 곳이 없지만, 우리는 동경이 다 우리의 예배장소라고 생각한다.  

예배장소를 찾고, 이사갈 집을 찾으며 최근의 시간들을 보냈다. 이제 교회와 집을 분리하게 되니, 집은 지금 보다 더 싼 곳을 찾았고 그런대로 구해졌다. 가까운 곳에 적당한 아파트가 나서 그곳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하나님의 도우심을 조금씩 경험하고 있다. 집을 내주는 회사의 담당자를 만났는데, 그는 3대째 성공회 크리스천이었다. 일본에서는 기독교인을 만나기가 100명중 0.5명이다. 만남 자체가 신기했다. 그는 우리 형편을 많이 고려해주고 배려해주고 믿어 주었다. 집주인 입장인데도 참 겸손하고 예의바르게 해주어어서 그를 만나고 아내와 내가 기분이 많이 좋았다.

이제 다음주에 계약하고 그 다음주에 들어가려고 한다. 현재로서는 재정적으로는 준비된 것이 없다. 기본적으로는 한국의 파송선교단체에 국제상호기금 사용을 요청하려고 한다. 이 상호기금은 선교사들이 비교적 규모가 큰 재정적이 급하게 필요한 경우에 대응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기금이다. 아내는 그 자체도 빌리는 것이니 마음이 편치 않다고 한다. 아내 말은 맞다. 사랑의 빛 외에는 그 어느 빛도 지지 말라고 하신 성경 말씀대로 살고 싶은 아내의 마음도 이해한다. 그리고 만만치 않은 현실도 눈에 보인다. 이 마음과 현실 사이에 놓여있는 긴장의 바다에 한 주간 믿음의 배를 뜨게 해야 한다. 

지금까지  교회였던 우리 집(2층)
트렁크 두 개 들고 동경에 도착해, 그 트렁크로 밥상 삼았었지요 


두 방사이 미닫이 문을 열고 사용했던 예배당
성탄절 파티를 비롯한 각종 파티장이었던 부엌

최대인원이 모였던 동경화인캠프 직후 예배(2011.8.21) -단기팀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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