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이 일어난지 한 달이 넘었다. 그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런가운데, 난 주 4월17일 주일은 오랜만에 평범함을 되찾은 주일이었다. 지난 한 달은 평범한 생활이 아니었다. 그래서 참 평범한 날이 그리웠다. 평범에게 지낼 수 있는 하루 하루가 그리웠다. 그냥 평범할 수 있는 일상을 돌아갈 수 있을까? 의문도 들었다. 무엇을 해도 마음이 무겁고 평범하지 않았던 지진 후 한 달이었다.
그 동안, 이곳 동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느꼈던 것은 답답함과 이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불안감이었다. 무엇을 해도 마음 저변에는 답답함과 불안감이 깔려 있었다. 이 마음 속 깊은 정서적 기류가, 사람들로 하여금 기쁜 일이 있어도 그렇게 기쁘지 않고, 신나는 일이 있어도 그렇게 신나지 않고, 재미 있는 일을 보아도 그렇게 재미있게 느끼지 못하게 했다. 특히 한 주 전에 있었던 큰 여진은 사람들의 마음을 다시 어렵게 만들었다. 여진, 방사능 누출, 수돗물 오염 등의 소식들은, 꼭 가슴에 배낭 하나만한 돌을 안고 사는 것 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고 답답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도 주일이 되면 "오늘 여진이 쎄게 오면 힘들텐데, 전철이 운행 중지 될 수 도 있는데....... 오늘도 무사히......" 이런 생각들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 주일부터 조금씩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아주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일상의 회복이"라는 변화가 교회 공동체 안에서도 감지되었다. 그 날에는 지진과 방사능을 피해 잠시 중국으로 돌아갔던 형제, 자매들 중 두 명이 일본으로 돌아와 예배에 참석했다. 돌아오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니, 객관적으로도 위급상황은 이제 일단락이 됐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그리고 이제 갓 대학에 입학한 한 자매가 세 명의 친구들을 교회로 인도해 왔다. 새로운 친구들이 오니 전체적인 분위기에 활력이 생겼다. "회복, 상승"이라는 말들을 생각나게 하는 분위기의 하루였다. 형제, 자매들의 마음도 그 전보다 많이 자유로워 보였다. 즐거운 마음으로 나눔의 시간을 즐길 수도 있었다. 그리고 함께 한달을 지내온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같이 위기를 겪고 넘어가고 있다는 일종의 운명 공동체의 동지의식 같은 것도 생겼다.
이들을 보면서, 그리고 주일을 섬기면서 우리가, 그리고 교회가 지금 이 땅에서 해야 할 또 하나의 사명을 발견했다. 그것은 일상을 회복하는 것이다. 사망이 화살처럼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쏘아대는 이 땅에서, 견고하며 흔들리지 않으며, 더욱 주의 일, 바로 일상에서 해내야 할 일에 힘 쓰는 자들이 되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형제, 자매들을 격려하고, 어깨를 도닥거려 주고, 믿음과 소망을 선포하는 것이다. 지금 이 희망의 소식을 들을 자들을 하나님이 주의 몸된 교회가 보내주고 계신다.
돌아오는 주일은 부활주일이다. 죽음의 권세를 파하고 이 땅에 생명을 주신 주님의 부활의 날이다.
"이 썩을 것이 썩지 아니함을 입고 이 죽을 것이 죽지 아니함을 입을 때에는 사망이 이김의 삼킨 바 되리라고 기록된 말씀이 응하리라, 사망아 너의 이기는 것이 어디 있느냐 사망아 너의 쏘는 것이 어디 있느냐, 사망의 쏘는 것은 죄요 죄의 권능은 율법이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우리에게 이김을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노니, 그러므로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견고하며 흔들리지 말며 항상 주의 일에 더욱 힘쓰는 자들이 되라 이는 너희 수고가 주 안에서 헛되지 않은 줄을 앎이니라"(고린도전서15:54-58)
아멘! 아멘! 아멘! 아멘! 아멘!
이번 부활주일에 우리 교회에서도 두 명의 중국형제(리원꺼, 진위엔쩌)가 세례를 받는다. 지진으로 소동치던 한 달이었지만, 이들은 그 가운데서도 꾸준히 세례식을 준비해 왔다. 이들 가운데 성령의 감동과 새 생명의 역사가 있었다. 감사! 감사! 감사! 감사!
주님은 전혀 흔들림 없이, 그들 가운데서 주님의 일을 해오셨다. 그리고 우리에게 그렇게 행하시도록 본을 보여주셨다. 이것이 우리가 지금 이 땅에서 걸어가야 할 길이다.
"우리에게 이김을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면서, 견고하며 흔들리지 말며 항상 주의 일에 더욱 힘쓰는 자들이 되라!"
오랜만에 활기찼던 주일 모습 |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