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집을 드디어 계약하고 집 부동산회사로부터 집 열쇠를 받았다.
지난 월요일에 집을 보고, 화요일에 결정하고, 며칠간의 서류준비, 심사, 결정을 마치고 어제 모든 일이 처리되었다. 사실 그렇게 길게 걸린 시간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집이 결정되지 못해서, 학교에 못 가고, 우리도 짐도 못 푼채 남의 집에서 계속 있는 것이 하루를 더 있더라도 맘이 편치는 않았기에, 길게 느껴졌다.
집을 구하면서, 그리고 계약을 하면서, 참 우리는 새삼 외국인이요, 나그네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사실 이미 일본에 4년 넘게 살았고, 년수로만 5년이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살아왔고, 지내면서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외국인의 의무를 성실히 다했기에, 쉽게 상대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부동산회사로서는 우리가 불안전한 외국인 신분이요, 수입도 너무 적고, 안정적이지 않은 신분으로 보였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를 신뢰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사실 그들이 맞게 본 것이다. 우리 자신은 아무런 걱정없이 믿음으로 사는데, 그들이 보기에는 수입이 너무 낮다. 우리 수입에 비싼 동경의 집세를 낼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던 것 같다. 결국에 보증을 해주신 김목사님의 확실한 보증으로 문제가 해결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보기에 우리는 직업이 불안하다. 사실 개척을 준비하니, 특별한 교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사무실도 없고, 전화도 없고,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러니 의심의 눈초리로 볼 수 밖에......
여하튼 문제는 잘 해결 되었다. 이제 곧 새롭게 얻은 집에 들어가 동경생활의 시동을 건다. 감사한 것은 집이 아이들 학교에서 5분거리고, 중국인들이 오기에 좋은 교통이고, 일본에서 관례로 받는 계약 감사금, 보증금 등이 거의 없는 집이어서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우리가 막연하게나마 기대했던, 아주 넓은 공간에, 무진장 싼집으로 하나님이 축복해주시지는 않으셨다. 그렇지만 매우 적절하게 적절한 집을 주셨다. 그래서 아내에게 말했다. "이번에는 하나님이 집세를 많이 깍아준 집을 주시지 않고, 차라리 집세를 신경써주시려는 것 같다"고.
9월15일에 이사한다. 정말 아무 것도 없는 텅빈집에 트렁크 몇 개 들고 들어간다. 이불, 식기, 냉장고, 세탁기.....줄줄이 필요한 것이 떠 오른다. 이런 모양 저런 모양으로 하나님이 공급해주시겠지! 물건을 주시든지 살만한 능력을 주시든지 하시겠지! 기대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