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3일 수요일

선교편지(2012년 8월, 선교타임즈)


참고: 많이 지난 옛 선교편지 올립니다. 아는 분 부탁으로 선교타임즈에 선교편지 썼던 것인데, 우연히 이제야 발견하고 기록을 위해 올려둡니다.  

[선교편지]동경에서

2012/08/01

주 안에서 존경하고 사랑하는 성도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동경의 박수민 선교사입니다. 그 동안 평안하셨는지요? 요즘 날씨가 하루 하루 가 다르게 더워지고 있습니다. 어제는 태풍 4호가 동경을 지나갔습니다. 내일모래에 태풍 하나가 더 날아옵니다. 한 해에 30여개의 태풍이 지나가는 일본이니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보니, 올해 반년을 넘기는 지금 6월까지, 이미 온갖 자연재해가 일본을 휩쓸고 지나갔네요. 태풍, 지진, 돌풍…., 이 외에도 화산폭발, 쓰나미, 일본은 참 자연재해가 많은 나라입니다.

저희는 동경에 온지 올 9월이면 3년째가 됩니다. 홋카이도에서 첫 번째 term 4년5개월을 지내면서 삿포로 국제교회에서 중국인예배를 개척하고 섬겼던 경험은 동경에서 시작한 “디아스포라 중국인 교회” 개척사역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 경험했던 사이판 중국인 교회의 경험은 더 유익한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말이 나오니 그 때의 형제, 자매들이 그립네요. 비록 1년이라는 짧은 기간이긴 했지만, 그렇게 순수한 마음과 사모함을 가진 분들을 만나서, 섬길 수 있었던 것은 저희에게는 큰 축복이었습니다. 

어디든 새롭게 시작하면 걸려야 하는 시간은 다 걸려야 하고, 겪어야 하는 것은 다 겪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녹녹하지 않은 동경에서의 개척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감사하게도 이제 좀 자리를 잡고, 기초공사 단계에서 벗어나 진일보한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런 궤도 수정에는 최근 있었던 “동경 중국인 캠프 2012”, “동경 중국인 전도대회 2012”, 이 두 대회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캠프에는 69명의 형제, 자매들이 참석해서 은혜를 누렸고, 현장에서 8명이 세례를 받았습니다. 일본에서만 가능한 노천온천 세례식도 있었습니다. 전도대회에는 이틀간 280여명이 참석해서 40여명이 결신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자연스럽게 “동경 기독중국인 연합기도 모임”이 생겨 났습니다. 앞으로 할 일 많은 일본 내 중국인 디아스포라 사역에 중요한 교두보가 확보된 샘입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무엇보다 저희 교회의 형제, 자매들이 부쩍 자라났습니다. 저는 그들을 보면서 참 행복했습니다. 신랑 친구의 기쁨(요3:29)을 누렸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스스로 찾아서 성의껏 해내는 그들은 제가 어떻게 제자양육에 동참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가르쳐 주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겠지만, 디아스포라 중국인 사역은, 지금 여기에서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훗날 중국에서” 입니다. 저희 같은 디아스포라 교회의 형제, 자매들은 5년내에 60-70% 정도가 본국으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지금보다 앞으로 더 잘하는 사람, 목회자가 있는 지금 이 곳 보다, 목회자 없는 중국의 그 어디에서 제자로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 점이 어려운 점이면서도 동시에 가능성입니다. 저는 가능성으로 봅니다. 자비량 선교사가 되어 교회를 개척하고, 가족, 친척, 친구들을 중심으로 복음의 거점을 확보해 나가는 용사로 보고, 그렇게 되어가도록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서의 디아스포라 중국인 사역은 한 마디로 정리하면, “사람을 살리고, 키우고(제자화해서), 보내는 사역- 살키보 사역” 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스스로 하나님의 말씀을 사랑하고, 기도로 호흡하며, 사람들을 사랑하고, 예수님을 닮아가는 것입니다. 이런 삶의 기초가 뼈처럼 단단하게 자리잡고, 그 위에 말씀의 살이 붙고, 성령의 활기찬 생명의 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성령님의 감동가운데 인격적으로 결단하고 스스로 자신을 쳐서 복종시키는 지점에서 든든한 기초가 놓여지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들이 이렇게 자라가도록 기도해주십시오!

사랑하는 성도님들!
일본에는 80여만명(불법 포함시 100여 만 명 추정)의 중국인들이 있습니다. 그 중 30여만명이 동경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 지역에 있습니다. 작년의 대지진과 방사능 문제로 주춤하고 있긴 하지만, 일본정부의 계획이나 여러 주변 상황으로 볼 때, 일본 내 중국인들은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중국인 교회는 전국에 겨우 30 여 곳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중에 중국대륙출신을 배경으로 하는 목회자나 교회는 거의 전무합니다. 거기에 일본 교회 자체가 많지 않고, 외국인 사역을 하는 교회가 거의 없음으로, 수 많은 중국인들이 복음을 거의 들어보지 못한 채 일본에서 살아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 살아가는 중국인들은 고달픈 삶을 살아갑니다. 노동 강도가 높은 힘든 아르바이트, 일본인이 꺼리는 3D업종의 일들, 폐쇄적인 일본사회에서 오는 스트레스, 열악한 주거환경, 비싼 생활비, 그야말로 사방으로 우겨 쌈을 당하는 생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압력에 심신이 병든 이들이 많이 생겨납니다.

이들에게 저희가 사람을 살리는 복음, 해방의 복음, 자유의 복음, 능력의 복음, 바로 예수의 복음을 힘 있게 전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기도해주십시오! 아까 말씀 드렸던, “동경 기독중국인 연합기도 모임”이 좋은 시작이 될 것 같습니다. 이 모임이 재일중국인들의 필요를 섬기기 위한  Community Center, 헌신자들을 훈련하기 위한 훈련기관들, 장차 선교중국에 이바지할 중국인 선교사들이 자라나는 모판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사랑하는 동역자 여러분! 내년 봄에 한국에서 열릴 예정인 “제3회 동북아시아 기독청년대회”에서 혹시 여러분들 중에 만나 뵐 수 있는 분이 있을지요? 지난 번에 편지 드렸던 대로, 일본에서 있었던 지난 두 번의 대회는 참 의미가 있었습니다. 동북아의 중심축을 이루는 한국, 일본, 중국, 이 세 나라의 기독청년들이 함께 모여서 한 하나님을 찬양하고 예배할 때에, 서로의 나라를 위해서 기도할 때에 우리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임재하심을 경험했습니다. 지금 이 세 나라는 역사와 현실의 문제로, 평화와 공영의 발 걸음을 제대로 못 내딛고 있지만, 삼국의 기독 청년들의 삶과 미래에 평화와 공영의 생명의 씨앗이 심겨져 가고 있음을 봅니다. 막힌 담을 모두 허무시는 그분의 사랑과 평화의 능력이 이들을 통해 동북아시아에 임하기를 기도합니다.

늘 저희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는 여러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그래서 그런지 여러분들께 펜을 들면 말이 많아집니다. 말이 많아서 죄송합니다. 이제 몇 가지 기도를 부탁 드리면서, 오늘 편지를 이만 줄이려고 합니다. 먼저는, 주님이 저희에게 새롭게 열어주신 연합사역, 교회 사역이 동경에 있는 중국인들을 향한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일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둘째는, 최근 새롭게 보내주신 형제, 자매들이 교회에 잘 정착하고, 기존의 형제, 자매들과 새롭게 공동체를 이루는 것입니다. 셋째는, 저희가 영육간에 강건하여서 주님의 손과 발로써의 역할을 최선을 다해서 감당하는 것입니다. 

항상 기도와 위로로 함께 해주신 성도님들께 감사 드립니다. 저희도 여러분들을 위한 기도를 쉬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평안하소서!

2012년 6월20일 동경에서 박수민, 송수아 올림

2013년 3월 4일 월요일

제3회 동아시아 기독 청년 대회(제주도 대회)

지난 2월12일(화)-15일(금), 제3회 동아시아 기독 청년 대회가 총 49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주도에서 있었다. 이번 제3회 대회는 지난 두 번의 대회의 정신을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기운이 엿 보였던 대회였다.

동시아삼국, 한국, 중국, 일본이 유난히 많이 부딪히고 어렵게 관계를 유지해 온 지난 1년을 생각해 보면, 평화의 이야기가 얼마나 필요하면서도 요원한지 모르겠다. 동아시아 각국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의 너무나도 무책임한 언행이, 얼마나 민초들을 고통스럽고 가난하며 불안케 하는지 생생하게 체험하고 살아온 1년이었다. 더 이상 평화는 그런 책임 있는 지도자들의
무책임한 언행에 맡겨서는 안된다. 

그런 훈훈하지 않은 동아시아의 국제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런 작디 작은 모임은 삼년째 지속되고 있다. 동아시아의 나라와 민족의 관계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의 평화라는 렌즈를 통해서 보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모임,  나라와 민족의 장벽과 장애를 넘어 한 평생을 가는 친구 만들기를 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모임, 그것이 내가 느끼는 동아시아 기독 청년 대회의 매력이다.  

이번 대회는 몇 가지 면에서 지난 모임들과 달랐다. 어떤 점이 달라졌나 하면, 먼저는, 장소가 일본에서 한국으로 바뀐 점이다. (일본 -> 한국 -> 중국, 이렇게 삼국의 땅을 가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공기를 호흡해 보는 것이 장기 방향이다.) 두 번째는 대회 준비 멤버가 두 개의 교회(예수마을교회& 동경닛포리국제교회)를 넘어서 한국의 "청어람"(http://www.bluelog.kr/)이 적극 참여하게 되었다. 청어람의 참여는 내용과 형식 면에서 모두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강의와 프로그램이 넓어지고 깊어졌다. 수양회와 펠로우쉽의 두 측으로 돌아가던 대회의 관성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성과 사회를 끌어 안고 갈 수 있는 새로운 탄력을 불어 넣어 주었다. 

김응교 교수의 인문학 강의, 조영헌 교수의 동아시아 역사 특강, 송강호 박사의 평화이야기, 한 탈북자의 이야기 등은 동아시아 인들의 가슴에 담겨져 있던, 그러나 감추어 있던, 아니 잠자고 있던 평화와 삶에 대한 강한 생명력을 불어 넣어 주었다.  굴절과 한 많은 동아시아 전쟁의 피해자와 가해자들의 후손들에게, 앞으로 함께 추구하고 경험해야 할 새로운 "동아시아 기독 청년 지식 생태계"의 문을 살짝 열어준 것 같다. 그곳에 먹을 것이 많터라!!

이외에도, 수양회가 안겨주는 은혜와 감동, 사귐과 사랑, 유쾌함과 심오함을 두루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참석자들의 반응을 일일이 다 알 수는 없지만, 우리 교회 참석자들의 소감만 들어 보아도, 또 그들의 대회 후의 언행을 살펴보아도 적지 않은, 좋은 변화들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시야가 많이 넓어진 사람, 확 트인 영적, 지적 세계를 얻게 된 사람, 평화 혹은 평안을 얻게 된 사람, 동아시아 공동체 의식을 갖게 된 사람, 새로운 동아시아 기독 청년 친구들을 사귀게 된 사람........, 우리 가운데 이 일의 증인들이 많다. 이들의 증언은 앞으로 차곡차곡 모아서 올려보고자 한다. 아마도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세개의 언어로 다양하게 올라올 가능성이 있는데 양해를 부탁드린다. ^ ^. 

나 개인적으로도 많이 격려 받고, 새로운 희망을 보게 되고 돌아온 대회였다. 사람들이 좋았고, 모임이 좋았고, 한국이 특히 신혼 여행 때도 못 가 본 제주도가 좋았다.

제4회 동아시아 기독 청년 대회는, 내년 2014년은 2월20일-22일에 다시 한 번, 제주도에서 열린다. 사랑하는 분들의, 동아시아 기독 청년들의(자칭 청년들도? ) 참여를 독려하며 환영한다. 끝으로 함께 기도해 주시고 마음 모아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샬롬!
  
                                           Video By Li Wen 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