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요즘 동경은 평온한 일상이 이어지고 있다.
어제와 그제 근 3주만에 강한 여진이(4도, 3도 정도) 연이어 오기도 했고, 핵발전소의 방사능 누출사고는 여전히 느린 해결을 보이고 있지만, 사람들은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여진보다 방사능보다 더 무서운 것은 아마도 매일 살아가야하는 "일상(日常)"인 것 같다. 여전히 해가 떠오르고,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니, 사람들은 일상에서 주어지는 출근을 하고, 학교를 가고, 해야할 일들을 해 나간다. 그 무엇도 이 일상을 멈추게 할 수 없다. 대지진이후에 잠깐 일상이 멈추긴 했다. 한 두주 정도, 그렇지만 사람들은 일상을 유지하려 무던히도 애썼다. 그리고 그 와중에 동경은 다시 일상속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외식도 많이 하기 시작하고, 밖으로 바람을 쐬러 놀러가기도 하고, 영화도 보고, 그 전에 하던 것들을 다시 하고 있다. 조심하고 자중하던 분위기에서, 더 이상 그렇게 지내면, 일본 경제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생각이 대세를 이루면서, 사람들이 움직이고 소비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일상이 지진과 방사능 문제를 삼켜가고 있는 것 같다. 뭔가 아직도 문제가 있다는 느낌도 있고, 이런 저런 소문도 있지만, 매일의 일상을 살아가야하는 민초들에게 문제와 소문은 멀고, 일상은 가깝다.
# 2
최근 좋은 소식 한 가지는 생수를 제한 없이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방사능 물질이 수돗물에서 검출된 이후, 사람들이 생수를 사서 수돗물을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동경의 경우 근 두달여간 생수를 사서 마시는 것이 힘든 일이었다. 두 달간 자판기 대국 일본의 거리거리마다 있는 자판기에서 생수가 사라졌다. 생수를 팔지 않는 상점들도 많고, 팔아도 한 가족당 2리터짜리 한 병만을 겨우 살 수 있었다. 그래서 생수를 사는 것이 일아닌 일이 된 두달이었다. 그런데 지난 주부터 이 제한이 풀렸다. 그리고 한국에서 들어 온 생수가 많이 보였다. "제주 삼다수" 여섯 통을 사가지고 돌아오는데 참 기분이 좋았다. "이제 안전한 물을 어렵지 않게 살 수 있겠네!". 지진이 나기 전에는 생수가 그렇게 귀한줄 몰랐는데 말이다. 어디 생수뿐인가? 전철이 그렇게 편한 수단인지? 전기가 그렇게 유용한 것인지? 땅이 흔들리지 않는 다는 것이, 공기가 깨끗하다는 것이 그렇게 소중한 것인지? 하나 하나의 일상이 그렇게 귀한 것인지 잘 몰랐었다. 그런 소중한 하루 하루의 일상이 돌아오고 있다.
# 3
닛포리 화인교회, 우리가 섬기는 교회는 거의 정상을 회복했다. 대지진 이후 사람들이 많이 급거 귀국하고, 남아 있던 사람들도 무엇인가? 무거운 마음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힘들어 했었다. 그런데 두 달이 지난 지금, 중국에 일시 귀국했던 사람들도 돌아왔다. 지난 주일에는 우리 아래 1층의 일본 아주머니도 어린 아들을 데리고, 두 달 반만에 동경으로 돌아왔다. 지진으로 힘들어하다가 남쪽 친정집으로 피난 갔었는데 돌아온 것이다. 다들 일상에 복귀했다. 교회도 지진으로 뭔가 무거워지고 침체되었던 분위기에서 점점 벗어났다. 5월초부터는 우리 스스로도 무거운 분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 뭔가 새로운 힘이 생기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적긴 하지만, 지진이후에 동경으로 유학 온 중국학생들도 있고, 그들 가운데 한 명이 신실하게 교회에 나오고 있다. 누군가 중국에서 일본에 공부하러 새로이 온 다는 사실, 즉 이런 일상으로의 회복이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있다.